수학을 잠시 소설에 비유해 보자.
학부 시절은 소설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시기로 볼 수 있다. 진짜 소설과 다른 것은 종류와 작가를 막론하고 독자층이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것.
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소설가가 되겠다고 꿈을 정하고 나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. 그러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소설을 쓰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, 당분간 계속 남의 소설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.
(아무 글이나 쓰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다. 다만 자신을 작가라 칭하기 위해서는 그 글이 '소설'이어야 한다. 그것이 등단의 어려움이다.)
읽는 것만으로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에, 사부들은 짧은글짓기 과제를 내 주기도 한다. 물론 그 글이 항상 짧지만은 않다. 때로는 짧은글 수십개를 써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. ㅠ_ㅠ 이러한 짧은글짓기를 하는 동안, 남의 소설을 읽는 것과 실제로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이 매우 다른 종류의 일임을 알게 된다. 소설가들이 무심결에 적어 놓은 것 같은 간단한 문장을 자신이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(물론, 그 소설가들도 오랜 고뇌 끝에 그러한 문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. 가끔 천재 작가들도 있지만-_-).
Being a mathematician, 그것은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.
때로는 인생의 한 측면을 참신하게 조명하여 비추는 단편소설을(논문에 따라서는 10페이지도 안 되는 것들도 많다), 때로는 여러 등장인물과 사건이 이리 얽히고 저리 만나서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장편소설을(내 전공분야에는 우리 사부의 사부를 포함한 4명의 저자가 쓴 1500페이지짜리 논문이 있다. 언젠가는 읽어야 한다ㅠㅠ), 수학자는 그러한 자신의 작품들을 인생에 걸쳐 써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.
Bott와 Tu가 쓴 Differential forms in algebraic topology라는 소설책을 읽다가 지쳐서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소설을 썼다.
이렇게 생긴 녀석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