창조적인 일을 한다는 것

수학을 잠시 소설에 비유해 보자.

학부 시절은 소설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시기로 볼 수 있다. 진짜 소설과 다른 것은 종류와 작가를 막론하고 독자층이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것.

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소설가가 되겠다고 꿈을 정하고 나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. 그러나 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소설을 쓰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, 당분간 계속 남의 소설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.
(아무 글이나 쓰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다. 다만 자신을 작가라 칭하기 위해서는 그 글이 '소설'이어야 한다. 그것이 등단의 어려움이다.)

읽는 것만으로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에, 사부들은 짧은글짓기 과제를 내 주기도 한다. 물론 그 글이 항상 짧지만은 않다. 때로는 짧은글 수십개를 써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. ㅠ_ㅠ 이러한 짧은글짓기를 하는 동안, 남의 소설을 읽는 것과 실제로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이 매우 다른 종류의 일임을 알게 된다. 소설가들이 무심결에 적어 놓은 것 같은 간단한 문장을 자신이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 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(물론, 그 소설가들도 오랜 고뇌 끝에 그러한 문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. 가끔 천재 작가들도 있지만-_-).

Being a mathematician, 그것은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 되는 것이다.

때로는 인생의 한 측면을 참신하게 조명하여 비추는 단편소설을(논문에 따라서는 10페이지도 안 되는 것들도 많다), 때로는 여러 등장인물과 사건이 이리 얽히고 저리 만나서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장편소설을(내 전공분야에는 우리 사부의 사부를 포함한 4명의 저자가 쓴 1500페이지짜리 논문이 있다. 언젠가는 읽어야 한다ㅠㅠ), 수학자는 그러한 자신의 작품들을 인생에 걸쳐 써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.

Bott와 Tu가 쓴 Differential forms in algebraic topology라는 소설책을 읽다가 지쳐서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소설을 썼다.

이렇게 생긴 녀석이다.
by 상욱 | 2007/11/27 21:44 | Math | 트랙백(1) | 덧글(2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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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racked from From Classic.. at 2008/05/04 21:42

제목 : 소설가가 되는 건 어떨까
창조적인 일을 한다는 것한달쯤 전에 작가지망생과 밥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, 밥을 먹은 후에 소설가들의 세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.구체적인 내용들은 별로 기억이 안 나지만, 그때 나눴던 얘기와는 전혀 별개로, 소설쓰기는 참 멋있는 일이란 생각이 자리잡았다.옛날에는 소설을 허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고, 그래서 별 의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. 오히려, 소설을 쓰는 행위란 새로......more

Commented by caya at 2007/11/27 21:48
논문을 썼다구?ㅋㅋ
Commented by 상욱 at 2007/11/27 21:54
영어로 번역하면 rejecta에 실어주려나- ㅋ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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